ODA의 개념과 의미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는 선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향상을 주요 목표로 제공하는 자금 또는 기술협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원조를 넘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개도국의 빈곤 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국제협력의 핵심 수단입니다.
ODA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기준에 따라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및 복지증진을 주목적으로 제공하며, 최소 25%의 무상원조 요소를 포함하는 양허성 조건으로 이루어집니다. 한국은 2010년 OECD DAC에 가입하여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ODA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무상원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담당하며 상환의무가 없는 지원 형태로, 교육·보건·농촌개발 등 사회 인프라 분야에 주로 투입됩니다. 유상원조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영하며, 개발도상국 정부에 장기·저리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하여 도로·전력·상하수도 등 경제 인프라 사업을 지원합니다.
한국의 캄보디아 ODA 현황
캄보디아는 한국의 대표적인 ODA 중점협력국 중 하나입니다.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27개 중점협력국을 지정하여 운영해왔으며, 캄보디아는 2011년 최초 지정 이래 현재까지 중점협력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대한 한국의 ODA 지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2022년 1,789억원, 2023년 1,805억원, 2024년 2,178억원이었던 지원액은 2025년 4,353억원으로 전년 대비 99.8% 급증하여 27개 중점협력국 중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베트남, 필리핀에 이어 3위 규모이며, 캄보디아는 한국이 지원하는 국가 중 예산 규모와 증가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024년 5월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으며, 이에 따라 EDCF 기본약정 규모도 2022-2026년 15억 달러에서 2022-2030년 30억 달러로 2배 증액되었습니다. 캄보디아는 EDCF 누적 지원규모 기준 제3위 협력국가로, 2001년 이래 33개 사업에 총 15억 9,600만 달러가 지원되었습니다.
유상원조(EDCF) 주요 사업
EDCF는 캄보디아의 경제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한-캄보디아 우정의 다리 건설사업입니다. 2022년 12월 차관계약이 체결된 이 사업은 총 2억 4,590만 달러 규모로, 프놈펜 야시장 지역과 껀달 주 아레이 끄삿 지역을 연결하는 총 길이 2,375미터, 폭 27.5미터의 사장교(斜張橋)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톤레삽 강과 메콩 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2025년 6월 착공 예정이며, 완공 후에는 프놈펜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자원 분야에서는 타크마우시 하수처리시설 구축 및 하천정비사업에 6,000만 달러의 보충융자가 승인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캄보디아의 수질 개선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외에도 교통, 보건, 농촌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EDCF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4년 8월 한-캄보디아 EDCF 정책협의에서는 기본약정 규모가 30억 달러로 대폭 증액된 만큼 기존에 지원하기 어려웠던 대형 고부가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무상원조(KOICA) 주요 사업
KOICA는 캄보디아에서 교육, 보건, 농촌개발이라는 3대 중점 분야를 중심으로 무상원조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중학교 ICT 교육 역량강화 사업'(2021-2026년, 700만 달러)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업은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와 협력하여 과학기술 및 ICT 인재를 양성하고, 중학교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사업을 통해 컴퓨터 교육을 받고 디지털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KOICA-GHSA 로드맵 수립 및 3대 행동계획 이행지원 사업'(2017-2021년, 300만 달러)은 글로벌 보건안보 의제를 지원하여 예방접종 확대, 보건인력 개발, 실험시설 역량강화를 추진했습니다. '프놈펜 당까오 후송병원 공공서비스 역량강화사업'(2024-2029년, 1,100만 달러)과 '라따나끼리 주 포괄적 공공의료서비스 개선사업'(2025-2030년, 700만 달러)은 지역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강화하는 사업입니다.
특히 한국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세계은행과 연계하여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총 86억 원을 지원하여 캄보디아 의료급여심사원의 기능 강화를 위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캄보디아가 전 국민 의료보장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에 한국의 건강보험 성공 경험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사업입니다. 또한 경상북도는 캄보디아 캄퐁톰 주 공공병원 의료진을 초청하여 선진 공공보건의료 연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농촌개발 분야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협력하여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428개 학교의 133,000명 학생들에게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며, 지역 소규모 농가로부터 식재료를 조달하는 가정 재배(Home-Grown) 방식을 활용하여 교육과 영양을 지역 농업과 연계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도 추진되어 왔으며, 시범마을 조성, 도정기 지원, 소방펌프차 무상양여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국가유산 분야에서는 2015년부터 앙코르와트 유적 복원 사업에 161억 원을 지원하여 캄보디아의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캄보디아 외교 관계의 발전
한국과 캄보디아의 외교 관계는 1970년 5월 18일 최초 수교로 시작되었으나, 1975년 크메르 루주 정권의 등장으로 단교되었습니다. 이후 1997년 10월 캄보디아는 한국의 183번째 수교국으로 재수교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아세안 국가들 중 마지막 국가였습니다.
재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양국 간 교역은 20배, 인적교류는 150배 증가했으며, 한국은 캄보디아의 제2위 투자국이 되었습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로, 코로나19 이전 연평균 7% 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캄보디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1997년 재수교 이후 27년 만에 양국 관계가 공식적으로 격상된 것으로, 그간 한국과 캄보디아 간 외교관계를 칭하는 명칭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공동성명에는 정치, 안보, 국방, 경제, 금융, 개발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고위급 교류, 국방 분야 협력 강화, 해양 안전 및 안보 협력, 마약 밀수 등 초국경 범죄 대응 강화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ODA 사업의 성과와 영향
한국의 캄보디아 ODA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보건 분야에서는 지역 의료시스템이 개선되고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었습니다. 동북부 소외지역 모자보건 프로그램, 캄퐁츠낭 지역병원 의료서비스 강화사업, 시엠립 주립병원 역량강화사업 등을 통해 누적 지원 금액이 약 3,400만 달러에 이르며, 농촌 및 소외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ICT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이 강화되었고,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들의 영양 상태가 개선되었습니다. 학교 급식 프로그램은 현재 686개 학교에서 19만 명의 어린이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개발 분야에서는 우정의 다리 건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발전 경험과 기술이 캄보디아의 경제성장과 국민 복지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이슈와 ODA 사업 재검토
2025년 들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급증하면서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2024년 220건, 2025년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피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캄보디아 정부의 수사 비협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ODA 사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습니다. 경상북도는 캄보디아에 추진해 온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 등 각종 ODA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추진 중이던 캄보디아 수처리 ODA 협력 사업도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ODA 예산 전반을 검토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책정된 예산이 있는지 지원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아세안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캄보디아에 대한 외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이 있을수록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캄보디아 정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감정적 대응보다는 외교적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전망과 발전 방향
한-캄보디아 ODA 협력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확대·심화될 전망입니다. EDCF 기본약정 규모가 30억 달러로 증액된 만큼, 기존에 지원하기 어려웠던 대형 고부가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협력이 확대될 것입니다. 물류 인프라, 기후변화 대응, ICT 분야 등이 중점 지원 분야로 부각되고 있으며, 캄보디아 정부의 오각전략(인적자원개발, 경제다각화 및 경쟁력 강화, 민간 부문 및 고용 강화, 지속가능한 발전, 디지털 경제·사회 발전)에 맞추어 한국의 대 캄보디아 국가협력전략도 개정될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는 사업 내실화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프놈펜에서 개최된 EDCF 현지 구매 워크숍에서는 캄보디아 재무부 구매 담당자와 각 사업기관 실무자 80여 명이 참석하여 EDCF 구매 규정과 절차에 대한 상세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수원국 정부의 역량을 강화하고 EDCF 사업의 지연을 방지하며,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ODA 방식의 혁신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K컬처와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하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 전통적인 원조 방식에서 벗어난 지혜로운 원조를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는 국위 선양과 외교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수원국의 실질적 발전에 기여하는 ODA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결론
캄보디아 ODA는 한국이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국제협력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25년 기준 4,35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캄보디아는 한국의 최대 ODA 협력국 중 하나로, 교통·수자원·보건·교육·농촌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캄보디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과 EDCF 기본약정의 30억 달러로의 증액은 양국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우정의 다리 건설을 비롯한 대형 인프라 사업, 지역 의료시스템 강화, ICT 교육 확대, 학교 급식 프로그램 등 한국의 ODA는 캄보디아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경제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으로 인한 양국 간 긴장이 있으나, 이는 ODA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캄보디아 ODA는 사업 내실화와 효과성 제고를 통해 양국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 협력 모델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