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은 할리우드의 황금기와 격변기를 그린 야심찬 서사극으로, 화려함과 타락이 공존했던 1920년대 영화 산업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꿈을 좇는 인물들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이 작품은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기술적 완성도와 연출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기본 정보 및 제작 배경
'바빌론'은 2022년 11월 14일 로스앤젤레스 사무엘 골드윈 극장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미국에서는 2022년 12월 23일, 한국에서는 2023년 2월 1일에 개봉되었습니다. 러닝타임은 189분(3시간 8분)으로 꽤 긴 편이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2019년 7월부터 '바빌론'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에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전 세계 배급권을 획득했습니다. 주요 출연진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 사이에 합류했으며, 촬영은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제작비는 약 7,800만~8,000만 달러가 투입되었으나, 박스오피스에서는 6,49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줄거리
화려한 시작: 할리우드의 광란의 파티
1926년, 벨에어. 키노스코프 스튜디오의 보스 돈 월락이 주최하는 광란의 파티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마누엘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는 파티를 위해 코끼리를 운반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8]. 이 파티는 영화계 인물들이 모여 술, 마약, 춤과 쾌락이 넘쳐나는 자리였습니다.
파티에서 매니는 자신을 "이미 스타"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야심 찬 여성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같은 파티에서 당시 할리우드의 최고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도 등장합니다.
꿈의 시작: 할리우드 입성
우연한 기회로 넬리는 다음 날 촬영장에 출연하게 되어 연기 실력을 인정받고 빠르게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한편 매니는 잭 콘래드의 매니저 역할을 맡아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1927년 할리우드 촬영장은 천막으로 만든 허접한 세트에서 진짜 무기로 전쟁 장면을 촬영하고, 배우들의 대사는 없고 자막으로 대체하며, 음악은 현장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초창기 영화 산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변화의 바람: 유성영화의 등장
뉴욕에서 열린 첫 유성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매니는 이제 영화의 흐름이 유성영화로 바뀔 것임을 예감합니다. 이 변화는 영화 산업 전체와 등장인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매니는 기회를 잡아 영화 제작자로 성장하지만, 무성영화의 스타였던 잭과 넬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출연진 및 캐릭터
'바빌론'에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 브래드 피트: 잭 콘래드 역, 무성영화 시대의 최고 스타지만 유성영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 실제 역사상 존 길버트라는 무성영화 스타를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마고 로비: 넬리 라로이 역, 야심 찬 신예 배우로 빠르게 스타덤에 오르지만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인물. 클라라 보라는 실제 배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합니다.
- 디에고 칼바: 마누엘 "매니" 토레스 역, 할리우드를 동경하는 젊은이로 영화 산업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는 인물.
- 진 스마트: 엘리노어 세인트존 역
- 조반 아데포: 시드니 파머 역
- 리 준 리: 레이디 페이 주 역
- 토비 매과이어: 제임스 매케이 역
제목의 의미와 주제
'바빌론'이라는 제목은 성경에 등장하는 도시에서 따왔으며, 서아시아 문명의 중심지로 "겉으론 화려한 모습을 뽐내지만 동시에 가장 타락했던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할리우드를 이 고대 도시에 비유하여 제목을 지었습니다.
1920년대 할리우드는 전성기를 맞아 환락이 가득했지만 타락한 이면도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모순을 보여주며, 화려한 시작과 허망한 결말이라는 구조를 통해 할리우드의 본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 바치는 러브레터"이지만, 일반적인 러브레터와 달리 "당신이 아무리 이상한 짓을 해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해"라고 말하는 독특한 방식의 러브레터라고 표현했습니다.
평가 및 수상
'바빌론'은 개봉 이후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BBC의 캐린 제임스는 이 영화를 "지저분하고 눈부신 서사시"이자 "영화적 경이로움"이라고 평했습니다.
영화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5개 부문(최우수 뮤지컬/코미디 영화 포함)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 프로덕션 디자인을 수상했으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습니다.
특히 저스틴 허위츠의 음악,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 영화의 기술적 요소들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
'바빌론'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위플래쉬'(Whiplash)와 '라라랜드'(La La Land)로 유명해진 할리우드의 젊은 거장입니다. 그는 '바빌론'을 "할리우드에 대한 증오의 편지이자 영화에 대한 사랑의 편지"라고 표현했습니다.
셔젤은 '바빌론'을 통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시네마틱 스타일을 할리우드 역사의 새로운 시대로 가져왔으며,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와 대담한 연출로 주목받았습니다.
결론
'바빌론'은 할리우드의 변화와 영화 산업의 본질을 탐구하는 야심찬 작품입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과 과감한 묘사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할리우드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영화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빌론'은 화려하면서도 위태로웠던 할리우드의 모습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면과 예술가들의 꿈, 그리고 변화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