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같은 가격에 구입한 과자나 음료수가 예전보다 적어진 것 같다는 느낌 말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착각이 아닙니다. 바로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경제 현상이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합성어입니다. 기업들이 제품의 판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의 크기, 중량,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또는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불립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탄생 배경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2009년에 처음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맘그렌은 당시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는 민감하지만, 제품의 용량이나 크기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IMF) 당시 과자 업계를 중심으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부 제과업체들이 과자의 양은 줄이고 포장지 안에 질소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눈속임을 하면서 '질소 과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였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
슈링크플레이션은 여러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기업들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자재 가격의 상승입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밀, 설탕, 식용유 등 식품 제조에 필요한 기본 원자재부터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수익성 유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둘째, 물류비용의 증가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과 물류비 상승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운송비, 보관비 등이 상승하면서 제품 한 개당 원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셋째, 인건비 상승입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전반적인 노동비용 증가로 인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는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넷째, 소비자 심리적 요인입니다.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오르면 소비자들은 "비싸졌다"고 즉각 느끼지만, 용량이 500g에서 450g으로 줄어들면 쉽게 눈치채지 못합니다. 포장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새로워진 맛"과 같은 마케팅과 함께 진행하면 더욱 감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다섯째, 경쟁사 대비 가격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표만 보고 비교합니다. A사 과자와 B사 과자가 둘 다 1,000원이면 같은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용량까지 꼼꼼히 비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구체적 사례
슈링크플레이션은 특히 식품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최근 1년간 37개 제품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에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어 1분기에 33개, 2분기에 11개, 3분기에 4개, 4분기에 9개의 제품이 적발되었습니다.
국내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 과자 제품은 83g에서 78g으로 약 6% 감소했습니다. 왕 핫도그는 기존 5개입에서 4개입으로 줄어들었고, 동원 양반김도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핫바는 280g에서 230g으로 약 18% 줄어들었으며, 맥주는 375ml 용량이 370ml로 5ml씩 감소했습니다.
2024년 4분기 조사에서는 착한습관 유기농 아로니아 동결건조 분말이 200g에서 150g으로 25%나 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되어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제주 감귤초콜릿과 제주 한라봉 초콜릿은 224g에서 192g으로 14.3% 감소했고, 위토스 골든 초콜릿은 250g에서 200g으로 20% 작아졌습니다. 세이카 라무네 모찌 캐러멜 사탕은 41g에서 32g으로 22% 줄어들었습니다.
외식업계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삼겹살 1인분이 예전에는 200g을 기준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180g, 120g까지 다양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교촌치킨이 순살 메뉴의 중량을 약 30% 줄이고 닭다리살 대신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섞어 조리하기 시작하면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갤럭시 바가 10% 줄어들었고, 캐드버리 데어리 밀크는 공유 백의 크기를 줄였으며, 퀄리티 스트리트 튜브도 작아졌습니다. 미국에서도 100g이었던 초콜릿 바의 크기가 90g으로 줄어들면서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사례들이 보고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1990년 초 버블 붕괴 이후 30여 년간 정체돼 있던 생활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슈링크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실질 구매력의 감소입니다. 같은 돈으로 예전보다 적은 양의 상품을 사게 되므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합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실제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큽니다. 고소득층은 브랜드를 바꾸거나 대체재를 선택할 여력이 있지만, 저소득층은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득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합니다. 소비자 옹호자들은 슈링크플레이션이 "스텔스"(Stealth, 아무도 몰래 일을 저지름)에 의해 제품 가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팩 크기의 감소는 일반 소비자가 즉시 알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작습니다.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단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관행은 소비자가 정보에 입각한 구매 선택을 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큰 영향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당시에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섭취 과정에서 '양이 줄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실망과 혼란을 느낍니다. 이는 소비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과자처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간식류는 소비자의 기억 속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 예전보다 빨리 사라지는 과자나 줄어든 조각 수는 단순한 실망을 넘어 '속았다'는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도 중요한 영향 중 하나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 만연하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바뀝니다. 용량을 더 꼼꼼히 확인하게 되고, 단위당 가격을 계산해서 비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납니다. 또한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집니다. "이 브랜드가 나를 속였다"는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서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는 전략인 셈입니다.
통계적 왜곡 문제도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 물가지수나 소매 물가 지수와 같은 인플레이션 측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매 상품 및 서비스 바구니의 비용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량 단위와 연결된 물가 수준 및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500g 과자가 450g으로 줄어들면 실질적으로는 11% 가격이 오른 셈인데, 공식 통계에서는 0% 인상으로 기록됩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생활물가와 공식 물가지수 사이에 괴리가 생깁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관련된 다른 현상들
슈링크플레이션과 유사하면서도 구별되는 몇 가지 경제 현상들이 있습니다.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말입니다.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두되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일주스의 과즙 함량을 낮추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호텔에서 여러 날 묵을 때 시트를 안 갈아주거나 고객센터에서 상담사 연결이 잘 안 되는 등 서비스가 나빠진 것도 이에 해당합니다.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은 번들(Bundle, 묶음)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입니다. 일반 소비자가 낱개 상품보다 묶음 상품의 개당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이런 소비자 심리를 악용해 묶음 상품의 개당 가격을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현상입니다. 컵라면과 커피 등 묶음으로 팔 수 있는 상품이나 1+1 상품이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팔리는 사례가 있습니다.
슈링코노믹스(Shrinkonomics)는 슈링크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단순히 개별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확대된 것을 의미합니다.
각국의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방안
전 세계적으로 슈링크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국 정부와 유통업체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대형마트 까르푸가 2023년 9월부터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을 줄인 제품에 대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주황색 스티커를 판매대 앞에 부착하기 시작했습니다. 26개 대형 브랜드 제품에 시범 적용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제조업체의 용량 줄이기 '꼼수'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또한 프랑스는 가격은 고정된 채 용량이 줄어든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슈퍼마켓이 해당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 기만 행위로 규정해서 제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슈링크플레이션 단속 요청에 응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2월 "초콜릿바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직접 언급하며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틱택 사탕의 미니어처 버전과 일반 크기를 들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더욱 강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용량이 변경되면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크기" 표시를 의무화하고, 변경 사유도 명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산업 장관이 슈링크플레이션처럼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적발하고 조사하는 '식료품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킬 것이라 밝혔습니다.
브라질은 제품 용량에 변화가 있을 때 해당 기업이 변경 전과 후의 용량, 변경 수치와 비율을 6개월 이상 포장에 표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독일의 일부 마트에서도 용량을 줄인 제품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한국의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현황
한국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에서 가격 인상을 하는 대신 내용물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판매자 자율이라 할지라도 소비자가 알 필요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대응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8월 3일부터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가 시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을 축소하는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1월부터 내용량이 변경된 제조·가공·소분·수입 식품은 변경일로부터 3개월 이상에 걸쳐 내용량 변경 사실 여부와 변경 내용을 함께 표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용량 00g'이라고 표기한 제품의 용량이 감소했다면, 앞으로는 '용량 00g(내용량 변경 제품)' 혹은 '00g → 00g'이나 '00% 감소'라고 명확히 표기해야 합니다. 다만 내용량을 축소하고 출고 가격을 함께 조정해 단위 가격이 상승하지 않은 제품, 내용량 변동 비율이 5% 이하인 제품은 제외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 품목 제조정지(15일 또는 1개월) 등 순차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집니다. 2024년 2월에는 소비자기본법이 개정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의 권익증진이나 소비자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법률은 2025년 1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과 관련하여 주요 유통업체 8개 사(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의 판매상품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 의심 사례를 신고할 수 있는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도 운영 중입니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참가격'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며, 해당 상품의 제조·판매업체에도 자사 누리집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2025년 10월에는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정량표시상품 관리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정량표시상품 검사 기준에 '평균량 규제'를 새로 도입하여, 개별 제품이 허용오차 안에 들어도 평균적으로 표시량보다 적으면 위반으로 보게 됩니다. 또한 연간 조사 대상도 현재 1,000개 수준에서 1만 개 이상으로 늘리고, 조사 전담기관을 지정해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2025년 11월까지 치킨을 비롯한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연말까지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에는 치킨을 비롯한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련 행태를 방지하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황희 의원이 슈링크플레이션 대책 4법을 발의했으며, 22대 국회에는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정을호 의원이 발의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이들 개정안은 사업자가 소비자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품의 용량 또는 품질을 변경하는 경우 그 변경 전후에 관한 사항을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대응 방안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소비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용량과 단위 가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만 보지 말고 용량(g, ml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단위당 가격을 계산하여 비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마트의 가격표에는 단위 가격이 함께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둘째, 제품 라벨의 내용물 표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2025년 1월부터 시행된 규정에 따라 내용량이 변경된 제품은 3개월 이상 변경 사실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평소 자주 구매하는 제품의 용량을 기억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익숙한 제품의 경우 용량 변화를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넷째,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누리집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참고할 수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 의심 사례를 발견하면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SNS나 소비자 커뮤니티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TikTok의 #shrinkflation 해시태그는 8,6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섯째, 대용량 제품이나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을 적용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정직한 기업을 지지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동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장기적 전망
슈링크플레이션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이 지속되는 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업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고, 결국 고객 충성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압박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 하락이라는 위험을 안게 됩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정직한 가격 정책"을 표방하면서 슈링크플레이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투명성과 정직성이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더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브랜드 윤리와 투명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소비자에게는 정보 은폐나 모호한 설명이 곧 신뢰 상실로 이어집니다. 불투명한 가격 전략은 단기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과 경제 정책
슈링크플레이션은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공식 물가지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이 실효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계속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물가의 경직성(Price Stickiness)이라고 하며, 정부 정책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공식 물가지수 산정 방식을 개선하고, 슈링크플레이션을 포함한 실질 물가 상승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들이 용량 변경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의 제재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합니다.
결론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용량이나 크기를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는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 현상입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의 압박 속에서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알 권리를 침해하며, 브랜드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공식 물가지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정부의 경제 정책 효과를 무력화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와 유통업체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스티커 부착 제도, 미국의 법안 발의, 한국의 용량 변경 표시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에서도 2024년부터 관련 고시가 시행되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2025년부터는 용량 변경 시 3개월 이상 표시하도록 의무화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현명한 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용량과 단위 가격을 꼼꼼히 확인하고, 제품 라벨의 내용물 표시를 자세히 살펴보며, 슈링크플레이션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정직한 기업의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투명한 경영을 지지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동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보다 소비자 신뢰를 우선시하는 정직한 경영을 해야 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 하락과 고객 이탈이라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투명성과 윤리를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이 주요 구매층으로 부상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규제, 기업의 윤리적 경영,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정직한 가격 정책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경제 주체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경제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