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9일 티빙에서 전편이 공개된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입시보다 치열한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욕망과 배신, 성장을 그린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8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학생회 선거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모습을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투영하여 보여줍니다.
러닝메이트의 의미와 작품 개요
러닝메이트(Running Mate)는 선거에서 함께 출마하는 동반 후보, 특히 부통령이나 부회장처럼 하위 직책에 출마하는 후보를 의미하는 정치 용어입니다. 이 드라마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윤현수 분)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 즉 러닝메이트로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노세훈은 버스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발기남'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게 되고, 전교생의 놀림감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창부장이자 전교 부회장인 양원대(최우성 분)가 그에게 러닝메이트 제안을 하지만, 노세훈은 자신이 양원대의 열두 번째 후보였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합니다. 대신 그는 '지역구 핵인싸', '걸어 다니는 인간 부띠끄'로 불리는 곽상현(이정식 분)의 손을 잡고 기호 1번 부회장 후보로 출마하게 됩니다.
치열한 선거 전쟁의 시작
노세훈이 곽상현 캠프에 합류하자, 전교 1등이자 극강의 'T' 성향을 가진 윤정희(홍화연 분)도 부회장 후보로 팀에 합류합니다. 한편 노세훈의 이탈로 타격을 입은 양원대는 노세훈의 절친 박지훈(이봉준 분)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하고, 부회장 후보로는 영진고의 비주얼 센터 하유경(김지우 분)이 합류하여 기호 2번 팀을 완성합니다.
본격적인 유세가 시작되면서 두 캠프는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곽상현 캠프는 '트렌드'와 '혁신'을, 양원대 캠프는 '전통'과 '단합'을 내세워 학생들의 표심을 공략합니다. 초반에는 박지훈의 인싸력과 수학여행 공약송으로 양원대 캠프가 우세했지만, 곽상현 캠프는 유명 커피 브랜드 입점 공약으로 반격에 나서며 판세를 뒤흔듭니다.
점차 과열되는 선거판과 배신의 연속
선거가 진행될수록 양측 캠프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곽상현 캠프의 등신대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양원대 캠프는 침묵 유세로 대응하며 곽상현 캠프를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이후 악의적인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면서 선거는 점차 본질을 잃고 인신공격과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감정 싸움으로 치닫습니다.
특히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집니다. 익명의 SNS 계정에 곽상현 파티 영상이 폭로되고, 이에 대한 반격으로 박지훈의 성적표 위조 의혹이 제기됩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훈을 저격하는 변조 음성의 주인공이 노세훈 본인이라는 사실이었고, 이는 곽상현 캠프에서 몰래 녹음한 것을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노세훈은 믿고 따르던 캠프로부터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다정했던 곽상현은 점차 본색을 드러내며 노세훈을 몰아붙이기 시작하고, 양원대 역시 뻔뻔함을 넘어선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노세훈의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각자의 이유로 선거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이기는 것만이 목표가 되어버린 학생들.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전쟁에 물러설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마지막 합동연설과 극적인 반전
마지막 합동연설 무대에서 양원대는 비방전에 쏟아진 비난을 캠프원 남경태의 개인 일탈로 돌리며 승리를 위한 회심의 한 수를 둡니다. 한편 곽상현은 공개적으로 계란 세례를 당하며 전의를 상실합니다. 이때 노세훈이 곽상현에게 "형이 미치지 않으면 이 선거 절대 못 이겨요"라고 말하며 자극합니다.
노세훈의 말에 자극받은 곽상현은 가식과 허세를 내려놓고 무릎까지 꿇으며 "선거가 이렇게 된 것은 나 때문이다. 남은 일 년 동안 사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겠다"라는 역공으로 맞섭니다. 이러한 극적인 퍼포먼스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합니다.
선거 결과와 충격적인 진실
선거 결과가 발표됩니다. 곽상현 캠프가 49%의 득표율을 얻어 승리하고, 곽상현이 학생회장, 노세훈과 윤정희가 부회장으로 당선됩니다. 양원대는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양 진영은 서로를 축하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더욱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납니다. 노세훈과 윤정희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노세훈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고 경찰서로 향합니다. 경찰서에서 목격자가 제공한 스케치를 본 노세훈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오토바이 번호판을 바꾸고 영어로 대화하던 두 사람이 곽상현의 생일파티에서 자신과 시비를 걸었던 현수와 곽상현임을 알아봅니다.
노세훈은 곽상현이 동정표를 얻기 위해 교통사고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는 즉시 선거관리를 담당하는 신준규 교사를 찾아가 사고를 신고하지만, 신 교사는 검증되지 않은 목격자의 주장만으로는 도움을 줄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오히려 신 교사는 양원대의 등신대가 훼손되었을 때 노세훈이 학교에 몰래 들어왔던 CCTV 증거를 들이밀며 노세훈을 압박합니다. 비록 노세훈이 등신대를 훼손한 것은 아니었지만, 증거를 숨기는 모습이 포착되었던 것입니다.
노세훈의 마지막 선택과 곽상현의 몰락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강재원(윤도건 분)은 직접 곽상현과 대면하기로 결심합니다. 노세훈이 전화를 걸자 곽상현은 가족 파티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노세훈은 곽상현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곽상현이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 비싼 술을 마시며 노세훈과 선거 기간 동안 이용했던 사람들을 깔보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합니다. 곽상현은 심지어 현수가 교통사고에 연루되었다는 사실까지 언급합니다.
노세훈과 곽상현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노세훈은 몰래 모든 대화를 녹음합니다. 곽상현은 위스키 병으로 노세훈을 거의 공격할 뻔하지만, 강재원이 개입합니다. 분노한 곽상현은 피규어 장식품을 던지지만 두 사람이 피하면서 그 물건은 창밖으로 날아가 거리에 주차된 주민의 차량을 파손합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곽상현은 체포됩니다. 이후 곽상현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노세훈은 곽상현에게 왜 자신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는지 묻습니다. 곽상현의 대답을 듣고 노세훈은 어느 후보도 자신을 진심으로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쉽게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노세훈의 자퇴와 새로운 시작
선거 과정에서의 모든 희생을 돌아보며 노세훈은 자신이 바보같았다고 느낍니다. 그는 과거의 자신, 즉 괴롭힘을 당하고 공부만 하며 모든 것을 참아내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대신 그는 학교를 자퇴하기로 결정합니다.
친구들과 급우들은 노세훈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노세훈은 양원대, 남경태와도 화해합니다. 윤정희는 노세훈이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 인사하는 장면에서 진심으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홍화연은 인터뷰에서 "세훈이가 학교를 떠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정말 마지막으로 세훈이를 보는 것 같아서 울컥했다. 리허설 중에도 계속 눈물이 났다"며 당시의 감정을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노세훈의 절친이었던 박지훈은 선거 이후 노세훈과 대화를 거부합니다. 노세훈이 지훈의 집을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고, 학교를 떠나는 노세훈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학생들 중에도 지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를 자퇴한 지 1년 후, 노세훈은 GED(검정고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재원이 고급 승용차를 몰고 노세훈을 찾아옵니다. 강재원은 이제 연예인 매니저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곽상현이나 그의 친구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지만, 그들이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강재원이 노세훈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노세훈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노세훈과 강재원의 대화를 통해 노세훈과 박지훈이 선거 이후 여전히 화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와 여운
'러닝메이트'는 승패를 넘어선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치열했던 선거가 끝난 후 노세훈은 뼈아픈 각성을 하게 됩니다. '니드(need)'도 '원트(want)'도 아닌 '일회용품'에 불과했던 자신을 되돌아본 노세훈은 선거의 승패를 떠나 친구를 잃고 자신도 잃어버렸지만, 결국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정답 없는' 경쟁 끝에 찾아온 성장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진원 감독은 인터뷰에서 "1등만 강조하는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 이인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무리 봐도 주인공감이 아닌 세훈이 어떻게 선거의 중심이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작품의 방향성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섣불리 객관화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시야와 그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함께 포착하고 싶었다"며 노세훈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드라마는 학생회 선거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프레임 전쟁, 가짜뉴스, 네거티브 전략, 인신공격 등 실제 정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한진원 감독은 "적절한 시기에 공개돼서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선거 기간에 흥미로웠던 지점은 선거에 학생들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 직후 공개된 시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
드라마는 각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윤정희는 처음에는 공부만 하는 차갑고 무심한 학생으로 보였지만, 선거 과정을 통해 점차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동료들과 거리를 좁혀나갑니다. 스타일링 촬영장에서 자신만의 이미지로 학생들의 지지를 얻고, 마지막에는 노세훈을 진심으로 배웅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내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곽상현은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친화력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싸였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 점차 본색을 드러냅니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간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역시 금수저로 태어났기에 결국 큰 처벌 없이 미국 유학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적인 결말을 맞이합니다.
양원대는 겉으로는 반듯한 모범생이지만, 내면에는 강한 야망과 승부욕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비열한 전략도 마다하지 않지만, 결국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보입니다.
신인 배우들의 열연
'러닝메이트'의 성공에는 신인 배우들의 열연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윤현수, 이정식, 최우성, 홍화연, 이봉준, 김지우 등은 극단으로 치닫는 선거의 이면을 다이내믹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들은 실제 고등학생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오디션 때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직접 교복을 구입하여 입고 갔다"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정식은 "오디션 때 입었던 교복을 아직도 집에 보관하고 있다. 이제는 저한테 의미 있는 옷이 돼서, 계속 간직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학교는 여전히 선거를 준비 중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학교는 다시 새로운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권력을 향한 욕망과 경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며, 동시에 윤정희가 차기 학생회장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비평가들은 윤정희가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는 시즌 2를 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평가와 논란
'러닝메이트'는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아쉬운 점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결말에서 피해자인 노세훈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선택을 하는 이유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고, 곽상현과 양원대가 권력을 잡으려는 명확한 동기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청춘의 욕망과 성장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학생회 선거라는 소재를 통해 정치의 본질과 권력의 속성을 날카롭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OST와 음악적 요소
드라마의 음악적 완성도도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의 김지웅, 리키, 김규빈, 한유진이 부른 OST '달려가'는 밝은 화성의 진행과 젊고 에너지 넘치는 시원한 락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으로,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청춘의 뜨거운 도전과 성장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구본춘 음악감독의 총괄 하에 제작된 OST는 유쾌한 하이틴 감성과 극 중 캐릭터들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음악으로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발랄한 분위기의 테마곡부터 서사를 밀도 있게 채우는 감성 트랙까지,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톤과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결말이 남긴 의미
'러닝메이트'의 결말은 해피엔딩도 배드엔딩도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여운 깊은 결말입니다. 노세훈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진정한 승자는 아니었고, 곽상현은 비리가 드러났지만 큰 처벌 없이 빠져나갔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불공평한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청춘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윤현수는 인터뷰에서 "세훈이는 많은 경험을 했고, 치열했지만 성장한 것 같아 뿌듯했다"며 캐릭터의 여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또한 "저도 무척 고민했고 부회장으로서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자퇴까지 하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 처음처럼 생활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학교를 떠나 어떤 미래를 가질지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닝메이트'는 단순한 하이틴 드라마를 넘어, 권력과 욕망, 배신과 성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학생회 선거라는 작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싸움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그 속에서 상처받고 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달했습니다. 8부작으로 완결된 이 드라마는 티빙에서 독점 스트리밍되며, 한 번에 정주행할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