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단오절(端午節)은 오랜 시간 동안 여성과 깊은 관련을 맺어온 명절입니다. 음력 5월 5일에 맞이하는 단오는 과거 설날, 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꼽힐 만큼 중요한 날이었으며, 지금도 그 속에 담긴 여성 중심의 전통문화와 신앙적 요소들은 오늘날에도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네뛰기, 창포에 머리 감기, 봉선화 손톱 물들이기 등은 단오를 단순한 계절 명절을 넘어, 여성의 정체성과 공동체 속 역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풍속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본 글에서는 단오의 기원부터 시작해 전통 풍속, 용인지역의 문화유산, 그리고 현대적 의미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단오절의 기원과 의미 – '양기의 절정'에서 시작된 큰 명절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천중절(天中節)', '수릿날', '단양(端陽)'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렸으며, 옛 사람들은 이 날을 악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날로 여겼습니다.
‘단(端)’은 처음을 뜻하고, ‘오(午)’는 다섯을 뜻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라는 의미입니다.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이기에 벽사(辟邪)의 풍속이 발달했고, 특히 여성의 건강과 미용, 장수를 기원하는 전통문화가 함께 발달했습니다.
여성의 명절로서 단오 – 창포물 머리 감기와 봉선화 물들이기
단오 아침 여성들은 삶은 창포물로 머리를 감았습니다. 창포는 향이 좋고 머리결을 윤기 있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동시에 악귀를 막는 부적적 의미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창포 뿌리를 잘라 만든 비녀에는 ‘수(壽)’나 ‘복(福)’을 새기고 붉은 연지를 칠해 머리에 꽂는 벽사 행위도 이어졌습니다.
또한 봉선화로 손톱을 물들이는 풍습은 여성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졌습니다. 봉선화 꽃과 백반, 소금을 섞어 손톱에 붙이고 헝겊으로 싸서 하루를 보내면 손톱이 고운 붉은빛으로 물듭니다. 이는 단순한 미용을 넘어 장수를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 민간 신앙의 일부였습니다.
단오절의 놀이문화 – 여성의 그네뛰기와 남성의 씨름
단오에 빠질 수 없는 대표 민속놀이는 여성의 그네뛰기와 남성의 씨름입니다. 그네뛰기는 하늘을 향해 높이 뛰며 액운을 날려보내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혼자 타는 외그네, 마주 보는 쌍그네, 남녀가 함께 타는 쌍그네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단오절의 중심적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쌍그네뛰기는 고려시대부터 문학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널리 퍼졌습니다.
반면 씨름은 남성들이 즐긴 대표 경기입니다. 단오뿐 아니라 정월 대보름, 백중, 추석 등 주요 명절마다 씨름이 벌어졌습니다. 용인지역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단오절을 맞아 재래시장 공터에서 2~3일간 씨름이 열렸고, 애기씨름부터 어른씨름까지 다양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오늘날 용인백옥쌀씨름단은 이런 전통을 계승하며 지역의 민속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오의 음식문화 – 수리취떡과 익모초즙
단오 음식은 여름철 더위를 이기기 위한 지혜가 담긴 음식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리취떡입니다. 수리취는 향긋하면서 쌉쌀한 맛이 특징으로, 멥쌀가루에 수리취를 넣어 찐 떡은 단오를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떡의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생겨 ‘수리취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익모초즙도 단오절에 즐겨 마셨습니다. 단오 오전, 특히 양기가 가장 강하다는 ‘오시(午時)’에 익모초와 쑥을 채취해 즙을 내 마시면 여름철 허약해진 몸을 보강하는 데 좋다고 전해졌습니다. 쑥은 떡에 넣거나 창포탕에 함께 삶아 벽사 효과를 더했습니다.
농경사회 속 단오 –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
단오가 속한 시기는 망종과 하지 사이로, 농경사회에서는 보리 수확과 모내기가 겹치는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이 때문에 “발등에 오줌 싼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분주했습니다.
망종은 보리를 베고 벼를 심기 적합한 시기로, 음력 4~5월 무렵입니다. 보리를 망종 전까지 수확해야 벼농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 무렵은 해가 가장 길고, 일사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농작물의 생육에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무렵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는 문화도 발달했는데, 용인지역에서도 마을마다 기우제를 지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단오절의 현대적 가치 – 전통에서 문화로, 여성에서 공동체로
오늘날 단오는 예전만큼 크게 기념되지는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여성 중심 문화와 전통적 지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성의 건강과 미용, 벽사의 의미를 가진 전통 풍속은 현대의 뷰티와 웰니스 문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더불어 그네뛰기나 씨름 같은 전통 놀이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지역 축제의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봉선화 물들이기, 수리취떡 만들기 같은 체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적 콘텐츠로 활용되기에도 적합합니다.
단오는 단순한 옛 명절이 아닙니다. 여성을 위한 명절,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날,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다지는 기회로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입니다.
마무리하며
단오는 과거의 전통일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문화의 축입니다. 특히 여성의 삶과 아름다움, 공동체와 건강을 모두 아우르는 풍속은 오늘날 더욱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잊혀가는 전통을 되살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단오는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명절이 될 수 있습니다.